환상 : 경계의 온도
전시 기간 | 2025년 8월 28일 ~ 10월 1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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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장소 | 강남구 선릉로 838 페코빌딩 지하 1층 |

리페의 작업은 현실과 환상, 기억과 현재,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경계 위에서 펼쳐진다. 작가는 그 모호한 지점을 붙잡아 색과 빛으로 번역하고, 관람자에게는 눈으로만 보는 그림이 아닌 마음으로 체감하는 ‘온도’를 전한다.
이번 전시는 디지털 일러스트, 아크릴 원화, 애니메이션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기 다른 매체는 표현 방식의 차이를 드러내면서도 하나의 세계를 향한다. 그것은 일상 속에 스며든 환상, 누구나 스쳐갔지만 곧 사라져버린 빛나는 순간들의 기록이다.
대표작인 <초저녁의 반딧불이>는 푸른빛이 감도는 어둑한 숲 속에 반딧불의 노란 점광들이 흩날리는 장면을 담고 있다. 화면은 디지털 드로잉 특유의 매끄럽고 정교한 터치로 구축되었으나, 아날로그의 붓질을 연상시키는 질감이 곳곳에 배어 있다. 짙은 청록과 남색의 배경 위에 작은 빛 입자들이 리듬감 있게 흩어져, 정적이면서도 호흡이 살아 있는 장면을 만든다. 이러한 색채 대비는 환상적이면서도 동시에 감각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온도’를 불러일으킨다.
뿐만 아니라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주로 선보이던 디지털 아트웍 외에 아크릴 물감을 사용하여 작업한 원화 작품을 선보인다. 선명한 표면성에 기반하는, 균질하고 매끈한 질감의 화면과 달리 차곡차곡 쌓인 물감의 층위, 붓질이 지나간 뭉근한 흔적이 가득한 화폭은 또 다른 시각적 자극을 선사한다.
작품은 단순한 자연의 재현을 넘어, 어린 시절 기억 속 빛의 잔상과 시간의 흐름을 시각화한 실험이다. 디지털의 명료함과 아날로그적 질감이 혼합된 화면은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며, 작가가 지향하는 ‘경계의 미학’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리페의 화면은 빼곡하지만, 색과 빛의 호흡은 오히려 여백의 공간을 만들어낸다. 디지털의 정제된 질감, 수작업의 우연성, 애니메이션의 움직임은 서로 다른 온도를 지니지만, 전시 안에서는 하나의 기류처럼 어우러진다.
작가의 환상은 화면 속에 존재하면서 동시에 관람자의 내면 속에서 새롭게 태어난다. 그 경계에서 우리는 잊고 있던 기억과 감정의 온도를 다시금 경험하게 된다.
관람 안내
- 쾌적한 관람을 위해 예약제로 운영합니다. 예약하신 분에 한해 입장 가능합니다.
찾아오시는 길
강남구 선릉로 838 페코빌딩 지하 1층 (분당선 압구정로데오역 4번 출구 스타벅스 왼편)
※ 주차는 어려우니 대중 교통을 이용하여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