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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i et son chien (그와 그의 개)

Lui et son chien (그와 그의 개)

따뜻한 시선이다. 작가의 혹은 작품 속 ‘그’의 시선, 혹은 장면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시선일지도 모르겠다. 이나영 작가의 <그와 그의 개>연작은 약 10년동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동양화를 전공한 작가는 어릴 적부터 늘 함께 해온 반려견과의 이야기를 드로잉과 판화의 한 종류인 실크스크린 방법으로 담아왔다.

2014년부터 시작된 이 시리즈의 첫번째 작품 속 ‘개’는 가장 어린 시절의 모습이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그렇지 않더라도 동물을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단번에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그리고 시선. 이번 전시에서는 이러한 따뜻함이 담긴 10년의 시리즈 중 일부를 펼쳐 보인다. 이 연작은 모두 단색화이다. 오로지 검정색의 잉크만을 사용하여 선과 획으로 형태를 만들어간다. 얇고 굵은, 길고 짧은 선들이 모여 하나의 장면을 만들어가는데 이는 다분히 동양화를 전공한 영향이었을 것이다. 가로로 긴 직사각형의 작업들은 병풍에 기반한 산수화를 모던하게 해석한 듯 보이는데, 빼곡히 늘어선 나무들 그리고 그 사이를 유유히 걷는 ‘그’의 모습이 바로 그런 요소들 중 하나이다. 특히나 가로형 작품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나무들이 약간의 변주를 보이며 반복적으로 등장해 극적이진 않지만 다른 평면의 구성과는 달리 공간감을 드러냈다. 이 외의 작업들은 완전한 평면화라 칭할 수 있을 만큼 거리감을 조성하는 구도를 배제하여 ‘그’와 ‘그의 개’의 모습에 더욱 초점을 맞추게 한다. 배경이 있는, 그러니까 풍경이 가미된 장면과 그것들을 온전히 지우고 객체를 응시하게 하는 화면을 마주하는 느낌은 사뭇 다르다.

단순한 선묘만으로 특정 형태를 단번에 유추할 수 있도록 표현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색을 완전히 지우고 오롯이 검정 잉크만으로 그려 담백하게 완성된 화면은 꾸밈이 없고 솔직하다. 잉크의 농도와 붓을 쥔 작가의 힘에 의해 남겨진 흔적들이 더욱 선명하게 보인다. 단색화가 주는 묘미이자 힘이다. 자세히 보면 보이는 이 미세한 차이들이 10년의 시간을 고스란히 보여주는데, 같은 주제의 그림이지만 도구의 변화나 외적인 요소들로 인해 생긴 자연스러운 흔적들을 발견하는 것이 또 하나의 재미일 수 있겠다.

작가의 손에 의해 그려지고, 찍혀진 장면들은 멈추어 있지만 생동한다. 역동적인 움직임과 다채로운 색감이 주는 시각적 자극과는 다른 몰입감을 준다. 화면을 마주하고 있노라면 끊임없이 ‘그들’의 시선을 쫓아 이야기를 보고, 듣는다. 그 시선의 끝에서 우리는 공감하고 또 어떤 기억과 추억을 상기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관람 안내

  • 코로나19 확산 방지 및 쾌적한 관람을 위해 예약제로 운영합니다. 예약하신 분에 한해 입장 가능합니다.
  • 찾아오시는 길
    강남구 선릉로 838 페코빌딩 지하 1층 (분당선 압구정로데오역 4번 출구 스타벅스 왼편)

※ 주차는 어려우니 대중 교통을 이용하여 주세요.

전시 관람 예약 후 전시에 방문하시면,
관람객 1명마다 후지필름코리아가 1천원의 기부금을 적립하여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을 통해 국내 아동을 지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