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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북 큐레이션] 도시를 만드는 풍경들

포토북 큐레이션 #3 《도시를 만드는 풍경들》

포토북 큐레이션 #3 《도시를 만드는 풍경들》

도시는 인간이 만든 발명품 중에서 가장 크고 넓고 깊고 복잡하다. 하지만 그 시작은 어쩌면 가장 단순한 물음과 가능성을 탐색하기 위해 비롯되었을지도 모른다. ‘나의 집은 어디인가?’ 단순히 오늘 거주하는 생활 공간뿐만 아니라 내일을 설계할 수 있는 장소로서의 집을 희망하면서 도시가 탄생했을 것이다. 만약 도시가 나의 집이 될 수 있다면, 도시 안에서 벌어지는 그 모든 변화들을 경험으로 또 기억으로 간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끝내 도시가 나의 집이 될 수 없다면 그 모든 변화들은 폭력과 소외로 각인될 것이다. 이렇게 긍정과 부정이 공존할 때 그 가능성을 향한 물음은 바뀌어야 할 것이다. ‘도시는 모두의 집이 될 수 있는가?’

그 물음을 함께 고민하기 위해 지금 여기의 도시를 바라보는 여러 사진가들의 다양한 사진책을 선별했다. 카메라가 세상에 처음 나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사진가들은 그 누구보다 도시를 시각화하는데 몰두해 왔다. ‘가장 크고 넓고 깊고 복잡한’ 도시는 그 어떤 피사체보다 사진가들에게 승부욕을 일으키는 도전의 대상이었다. 또한 끝없이 생성과 소멸을 되풀이하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도시를 기록하기에는 그 어떤 매체보다 카메라와 사진이 가장 적합했다. 이런 이유로 우리가 그동안 살아왔던 오래된 도시가 허물어질 때, 또 우리가 앞으로 살아갈 새로운 도시가 나타날 때, 그 풍경을 누구보다 빨리 목격하는 이들이 사진가이다. 그들이 기록한 사진을 통해 오늘 우리가 모두 살아가고 있는 도시의 의미를, 내일 살아가고 싶은 도시의 모습을 함께 그려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좋겠다.

- 박지수(보스토크 매거진 편집장)

Urban Space : 도시를 만드는 풍경들
#1
Urban Space : 도시를 만드는 풍경들
보스토크 매거진
보스토크 프레스, 2023
170 × 240mm, 224 pages, Softcover

보스토크 매거진 40호는 지금 여기의 도시를 바라보는 여러 사진가들의 다양한 작업들을 선별했다. 최근 사진가들은 도시의 모습을 가시적으로 기록하거나 재현하는 데에만 몰입하지 않는다. 이제 도시의 복잡한 윤곽은 한눈에 조망할 수 없고, 도시 속 삶의 다양한 양상은 단번에 가시화되지 않기 때문이다. 사진가들의 도시 작업들이 점점 여러 레이어가 겹쳐지거나 파편화된 이미지들이 다층적으로 결합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들의 시선은 거대한 건축물과 복잡한 대도시의 가시적인 영역을 넘어 건물과 건물 사이, 도시와 도시 사이에 보이지 않게 연결된 여러 시스템과 네트워크까지 탐색하고자 한다. 이러한 이미지들은 도시를 구성하는 그 시스템과 네트워크가 궁극적으로 인간을 위한 것인지 시각적인 물음을 던진다.

로케이션
#2
로케이션
최용준
사월의눈, 2019
170 × 240mm, 112 pages, Softcover

최용준처럼 ‘아파트 키드’들은 아파트에서 태어나 성장하면서 건물을 좌표로 삼아 이동하는 것에 익숙하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건물에 자신의 기호와 선호까지 투영한다. 이 세대들이 건물의 ‘잘생김’과 ‘못생김’을 구분하는 태도는 건물에서 용도와 규모, 투자 가치 등을 고려하는 기성세대들의 실용적 관점과 사뭇 다르다. 무엇보다 이전과 세대와 차별되는 지점은 건물을 감각하는 경험이 온라인에서 호환/확장된다는 점이다. 특정 장소나 건물에 방문하기에 앞서 구글맵, 로드뷰, 스트리뷰, 3D맵 등을 통해 ‘미리보기’하는 이들은 액정 화면에서 핀치투줌과 스크롤 기능으로도 건물을 체험하는 것이다. 최용준은 현실에서 실제 건물을 프레이밍하기 이전에, 스크린 속 3D맵에서 자신이 찍을 뷰포인트와 앵글을 시뮬레이션한다. 이러한 스크린 로케이션은 현실과 자신의 몸을 최대한 밀착하며 신빙성을 획득하는 사진의 전통적인 로케이션과 달리 온라인 동기화가 현실을 대체하는 과도기적인 감각을 보여준다.

아파트 글자
#3
아파트 글자
강예린, 윤민구, 전가경
사월의눈, 2016
130 × 210mm, 116 pages, Softcover

‘아파트 글자’를 보는 시각적 재미와 ‘아파트 글자’에서 읽는 사회적 의미를 충실하게 전하는 『아파트 글자』는 사진과 글이 조화롭게 펼쳐진다. 책의 시작과 끝에는 여백 없이 처리한 펼침면 화보를, 중간에는 여백 있게 처리한 펼침면 화보를 배치했다. 그리고 중간 중간마다 1세대 외벽도장공 유영과의 인터뷰를 포함해 타이포그래피, 도시와 건축 관련 이슈까지 아파트 글자의 생애주기와 맞닿은 세 편의 글을 짜임새 있게 삽입했다. 화보는 아파트 글자의 위치, 항목, 색 그리고 사진의 앵글 등의 유사성으로 그룹핑하고, 펼침면에서 선이나 면이 서로 연결되거나 대조를 이루도록 구성되었다. 정사각부터 직사각까지 다양하게 크로핑한 사진의 크기와 이에 따른 여백의 변화는 시각적으로 경쾌하게 다고오며, 컬러 사진들의 그룹핑마다 한 장씩 끼어든 흑백 사진은 당김음처럼 사진을 보는 리듬에 변화를 준다.

서울의 목욕탕
#4
서울의 목욕탕
6699press 편집부, 박현성
6699press, 2018
171 × 230mm, 272 pages, Softcover

『서울의 목욕탕』은 꽤 두툼하지만, 차례와 쪽번호가 없다. 이야기의 논리적인 구조나 순서보다는 오래된 목욕탕만의 정서를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것에 집중한 탓이 아닐까 싶다. 30년 이상 된 서울의 목욕탕 10곳의 외관과 내부 모습을 담고 있는 책은,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우리가 이미 한 번쯤 보았던 익숙한 풍경과 사물들을 일정한 크기와 리듬으로 차분하게 보여준다. 또 꽤 말랑거리는 표지부터 여유 있는 여백과 함께 사진을 보여주는 내지까지 적당한 온기와 부드러움을 지닌 편집과 물성으로 다가온다. 무엇보다 사진가 박현성의 순하고 꼼꼼한 눈길은 등의 때를 미는 아저씨부터 하얀 타월과 앉은뱅이 의자, 낡은 간판과 부서지는 벽까지 오래된 목욕탕의 정감을 담백하고 섬세하게 보여준다. 또 각 목욕탕마다 한 장의 텍스트 페이지를 배치해 사람들이 말하는 목욕탕에 관한 추억과 단상을 전언한다. 짧지만 사진이 전하지 못하는 장면을 스케치해주는 텍스트는 우리 안에서 동네 목욕탕이 차지하는 의미를 과하지 않게 일깨워준다.

서울의 공원
#5
서울의 공원
김목인, 박현성
6699press, 2021
175 × 234mm, 256 pages, Softcover

『서울의 목욕탕』에서 『서울의 공원』까지 6699프레스에서 내놓은 사진책 시리즈 ‘서울의’가 전하는 목소리는 한결같다. 아, 네가 이렇게 생겼었구나. 아, 언제나 내 옆에 있었구나. 아, 그동안 내게 소중한 느낌을 주었구나. 그 목소리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어 평범한 것들, 늘 곁에 있어 익숙하고 편안한 것들, 하지만 언제 사라질지도 모를 것들을 우리를 대신해 바라본다. 『서울의 공원』은 ‘도시공원 일몰제’로 사라질 수도 있는 20개의 공원을 사진과 글로, 또 목록으로 관찰/기록한다.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공원 풍경들, 수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휴식을 취하는 장면들이 책 안에서 반짝거린다. 사진과 글에서부터 서걱거리는 종이의 질감, 부드러운 인쇄 톤까지 책에 담긴 그 무엇 하나도 자극적이거나 무해한 것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렇듯 책은 순하고 부드러운 눈길과 손길로, 어쩌면 마지막 포즈가 될지도 모를 장면들을 찬찬히 배웅한다.

북한산
#6
북한산
권도연
사월의눈, 2021
145 × 225mm, 120 pages, Softcover

사진가 권도연은 ‘어느 날 우연히 북한산 근처에서 돌아다니던 들개 무리를 만나게 되었다.’ 이후 작가는 2년 동안 북한산을 오가며 들개들을 관찰하고 카메라에 담았다. 그리고 들개 한 마리, 한 마리마다 눈을 맞추고 이름을 짓기도 했다. 책에는 도시에서 밀려난 존재인 들개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그들의 이름을 부르는 시간이 축적되어 있다. 작가는 은평구 뉴타운 개발로 쫓겨난 개들이 야생의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새끼를 낳고 기르고 또 살아가는 과정을 따라간다. 카메라를 가운데에 두고 인간과 들개가 마주할 때, 그 사이에서 드러나는 것은 삭막하고 차가운 도시의 어두운 그림자이다.

밤섬
#7
밤섬
김승구
KT&G Sangsangmadang, 2019
308 × 254mm, 75 pages, Hardcover

사진가 김승구는 2011년부터 밤섬을 꾸준히 기록해 오고 있다. 작가는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된 밤섬을 촬영하기 위해 복잡한 허가 절차를 받아야만 했다. 이 사진집을 통해 언제나 한강의 대교를 건너며 멀리서 바라보았던 밤섬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밤섬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의 모습은, 마치 우리의 시선을 되돌려주는 듯 생경하기만 하다. 그동안 김승구가 도시의 중심지부터 변두리까지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동시대 도시인들의 일상과 여가생활의 풍경을 기록한 작업마다 익숙함과 생경함이 동시에 공존한다. 여기서 익숙함을 느끼는 건, 사진 속에서 조금이라도 만족스러운 휴식과 여가를 위해 도심의 공원이나 근교 축제 현장으로 몰려가는 사람들의 행태가 곧 우리 모두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생경함을 느끼는 건, 그 모습을 한 번도 작가처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찬찬히 바라본 적은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작가의 시선을 통해 그동안 제대로 알지 몰랐던, 충분히 보지 못했던 우리 주변의 풍경과 자기 모습을 다시 인식하게 된다.

The Elements
#8
The Elements
최용준
더프레이즈, 2023
250 × 310mm, 128 pages, Hardcover

고풍스러운 건물 안에는 그 건물을 닮은 우아한 회전문이 있다. 세련된 건물 안에는 카드 태그식 출입 장치가 날렵한 형태로 설치되어 있다. 회전문과 출입 장치뿐만 아니라 계단도 복도도 출입문도 가구도 건물처럼 육면체의 기본 구조를 바탕으로, 건물을 구성하는 자재와 유사한 재질로 만들어진다. 건물을 찍던 사진가는 건물 안에서도 또 다른 유사 건물을, 건물 밖에서도 또 다른 유사 건물을 발견한다. 그때부터 사진가의 시선과 동선은 확대와 축소, 외부와 내부를 수시로 넘나들며 서로 간섭되고 복잡해진다. 이러한 맥락에서 최용준의 작업이 거시적인 관점의 〈Location〉에서 미시적인 관점의 〈The Elements〉로 이어지는 흐름은 자연스럽고도 수긍할 만하다. 전작 〈Location〉에서 도시를 이루는 건물과 건물의 패턴과 단면에 초점을 맞췄다면, 근작 〈The Elements〉에서는 건물을 이루는 특정한 부분이나 실내 인테리어를 이루는 공간과 장식의 패턴과 디테일에 주목하고 있다.

텍스처 매핑 오브 시티
#9
텍스처 매핑 오브 시티
최지원
보스토크 프레스, 2026
210 × 297mm, 96 pages, Softcover

우리에겐 이미 익숙한 일상처럼 다가오는 도시와 빌딩이지만, 사진가 최지원이 포착한 도시와 빌딩의 이미지는 한없이 낯설고 생경하다. 그가 거리를 걷고 헤매고, 건물과 건물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날카롭게 포착한 사진에는 우리 익히 알고 있는 도시와 빌딩의 이미지는 온데간데없다. 그가 카메라로 포착한 것은 모두 알고 있던 도시와 빌딩이 아니라, 육중한 콘크리트와 거대한 유리 그리고 차가운 철근 사이에서 찬연하게 일렁이는 반짝임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순식간에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빛과 그림자의 인상이 새겨진 최지원의 사진은 도시를 관람하는 새로운 지도를 우리에게 제시한다. 사진집에는 2022년부터 2025년까지 서울과 부산, 도쿄와 오사카를 오가며 촬영한 사진들이 담겨 있다. 그동안 도시와 빌딩을 바라보았던 작가의 시선과 움직임이 지면을 따라 리듬감 있게 펼쳐진다.

Rebuilding: My Days in New York 1959–2018
#10
Rebuilding: My Days in New York 1959–2018
Martino Marangoni
The Eriskay Connection, 2019
200 × 280mm, 208 pages, Softcover

제목은 정직하다. 사진책을 펼치면 뉴욕의 모습이 나타난다. 고층빌딩과 수많은 자동차들, 공원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시민들, 직장인처럼 보이는 이들과 관광객처럼 보이는 이들… 그 모습들은 모두 저자인 마르티노 마랑고니가 뉴욕에 머물 때 마주했던 장면들이다. 여기까지는 그냥 뉴욕을 촬영한 도시 사진쯤으로 여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제목에 나타나듯 1959년부터 2018년까지 긴 시간이 담겨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이 책은 조금 다르게 다가온다. 작가는 조부모를 만나기 위해 1959년 아홉 살 때 뉴욕에 처음 왔고, 그때 코닥 브라우니 카메라를 들고 고층 빌딩을 찍었다. 그리고 70년대에는 뉴욕에서 사진을 공부하며 거리 사진을 찍은 이후부터 꾸준히 뉴욕을 기록해 왔다. 그 과정 중에서 9/11 테러도 목격했고, 그 이후의 재건 과정도 관찰하게 되었다. 자신의 인생과 연결된 뉴욕이라는 도시의 이미지를 차곡차곡 쌓은 사진책은 담백하고 은은한 감동을 선사한다.

The Island Position
#11
The Island Position
John Lehr
MACK, 2019
220 × 290mm, 112 pages, Softcover

사진책의 제목 ‘아일랜드 포지션’은 광고나 상점에서 프리미엄 포지션을 설명하는 용어이다. 저자는 책에서 온라인의 이커머스 등장으로 인해 위협받고 있는 도시 속 ‘아일랜드 포지션’의 이미지를 수집한다. 이를 통해 한때 거리나 상점에서 주목받았지만 이제는 쇠퇴한 아일랜드 포지션을 통해 도시의 외관과 현재를 탐구한다. 광고 이미지가 부착된 벽과 쇼윈도의 모습은 기하학적인 형태와 선명한 컬러의 배치로 시각적인 즐거움을 준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철저하게 상업적인 목적과 논리로 설계된 도시의 이면을 엿볼 수도 있다. 작가는 화려하고 현란하지만 동시에 사람들의 욕망을 부추기는 자본주의 언어의 위태로움을 고민한다.

Flat Finish
#12
Flat Finish
Stephan Keppel
Fw:Books, 2017
210 × 297mm, 400 pages, Softcover

도시 속의 건물과 구조물을 독특한 시선과 책의 물성으로 탐구하는 사진책이다. 작가인 스페판 케펠은 뉴욕에서 도시와 관련된 이미지들 중에서 표면과 질감 중심으로 수집하고 분류해 자신만의 아카이브를 구축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기존의 도시 이미지가 반복하는 진부한 클리셰에서 벗어나 도시를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고자 했다. 그리고 건축물의 재료가 지닌 물성과 질감을 최대한 사진책을 통해 구현하고 있다. 건물 벽의 질감을 연상케 하는 표지부터 질감이나 광택이 다른 용지를 섞어 사용한 내지까지 용지의 변주가 흥미롭게 다가온다.

Karma
#13
Karma
Óscar Monzón
Rvb Books, 2013
210 × 300mm, 128 pages, Softcover

저자인 오스카 몬존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운전자와 자동차의 관계를 탐색하는 여러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그중의 하나인 ‘카르마(Karma)’ 시리즈가 담긴 책을 펼치면 누구나 먼저 야릇한 불쾌감과 황당함과 마주하게 된다. 책에 담긴 모든 이미지가 몰래 촬영된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외부와 차단되어 프라이빗한 공간을 제공하는 자동차에 편안함을 느낀다. 이러한 기대를 철저하게 무너뜨리는 책에는 자동차 속의 은밀한 사생활이 거침없이 공개되어 보는 이를 당황케 한다. 강한 플래시를 터뜨려 거칠게 포착한 이미지의 날 것 같은 느낌은 글로시한 용지에서 증폭된다. 어떠한 선의도 느껴지지 않는 이미지는 카메라와 사진 매체가 지닌 원죄를 그대로 드러내기도 한다.

High Fashion
#14
High Fashion
Pawel Jaszczuk
Zen Foto Gallery, 2018
313 × 234mm, 120 pages, Softcover

모든 페이지마다 비슷한 양복 차림의 샐러리맨이 등장한다. 모두 만취해 바닥에 쓰러져 있거나 벽에 아슬아슬하게 기대고 있다. 무방비 상태의 사람을 이런 식으로 찍어도 되나 싶지만, 한 장면 한 장면마다 가히 가관이라고 할 수 있는 모습이기에 페이지를 넘기는 걸 멈출 수는 없다. 불량식품의 맛을 거부할 수 없듯이. 거리에서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된 남자들만 찍는다는 건 당연히 악취미이지만, 동시에 사진의 매력 중의 하나는 역시 나쁜 짓에 가깝지 않을까? 무엇보다 분명한 건 감춰줬으면 하는 이 모습들이 도시에서 언제나 벌어지는 장면이라는 것, 그 애잔하고 동시에 웃픈 우리의 모습이라는 사실이다.

Hidden Islam
#15
Hidden Islam
Nicoló Degiorgis
Rorhof, 2014
160 × 240mm, 90 pages, Hardcover

이 사진책은 이탈리아에서 수백만 명의 무슬림이 ‘임시 예배 장소’에 모이는 현상을 다룬다. 작가는 베네토, 트렌티노, 사우스 티롤 등 이탈리아 북동부를 중심으로 모스크 건설 요청이 거부되어, 무슬림들이 임시 예배 장소를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기록했다. 사진집은 표면적으로 임시 예배 장소 주변의 상점과 시설을 흑백사진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그 사진의 접혀진 부분을 펼치면 무슬림들이 예배하는 모습이 컬러사진으로 담겨 있다. 흑백과 컬러의 대비와 이미지를 숨기는 접지 형태는 국가적으로 공식 인정받지 못한 종교의 현실을 시각적으로 은유한다.

Polder VIII, Tuindorp Oostzaan, Amsterdam 1921-2021
#16
Polder VIII, Tuindorp Oostzaan, Amsterdam 1921-2021
Raimond Wouda
Fw:Books, 2021
210 × 280mm, 256 pages, Softcover

네덜란드의 도시 ‘타윈도르프 오스찬(Tuindorp Oostzaan)’의 현재와 과거를 만날 수 있는 사진책이다. 이곳은 100여 년 전, 노동자 계급의 거주를 위해 설계된 최초의 ‘정원 마을’로 알려져 있다. 과거에는 도심에서 떨어진 곳에 위치한 조선소를 중심으로 경제활동이 이뤄졌고, 각 가정에는 주택 앞뒤로 마당이 있도록 설계되었다. 요즘은 조선 관련 중공업이 쇠퇴했지만, 정원이 아름답게 꾸며진 탓에 젊은 부부들이 선호하는 거주지로 떠오르고 있다. 책에서는 지난 100년 동안 성장하고 변화해 온 이 마을의 면모를 확인해 볼 수 있다. 저자인 레이몬드 보우다가 30년 동안 촬영한 동네의 모습, 지역 기관의 아카이브 및 주민들이 소장한 사진을 엮어 한 도시를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43-35 10th Street
#17
43-35 10th Street
Daniel Shea
Kodoji Press,2018
270 × 240mm, 288 pages, Softcover

다니엘 쉐아의 책 제목 ‘43-35 10th Street’는 자신의 스튜디오 주소에서 따왔다. 자신의 작업실 (미국 뉴욕의 롱아일랜드 시티)을 중심으로 건축물의 외관과 건설 현장 등을 관찰한 작업은 부동산 개발 과정에 관심을 두고 있다. 자신의 생활 공간에서 반경을 넓혀 특정 장소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해당 장소에 국한된 풍경과 정보만을 다루지 않는다. 작가가 만들어낸 도시 이미지는 모호한 느낌이 강하고 장소성과 시간성을 특정하기 어렵다. 콘크리트와 철강, 유리 등 건축 소재나 그와 연결된 디자인과 형태를 주목하는 그는 이러한 건축의 미학적 요소에서 모더니즘이 만들어낸 열망과 실패를 동시에 읽어낸다. 그리고 도시 경관에 숨겨진 시각적 미학과 개발 논리의 연관성에 관해서 탐색한다.

False Positives
#18
False Positives
Esther Hovers
Fw:Books, 2018
240 × 340mm, 48 pages, Hardcover

이 사진책은 도시의 지능형 감시 시스템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 공공장소에 설치된 지능형 감시카메라는 시민들의 비정상적인 행동을 감지하며, 기준에 따라 ‘이상 행동’을 보고한다. 가령 그 기준은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서 있기 / 지나치게 재빠른 동작 / 홀로 떨어져 있는 대상 / 구석에만 서 있기 / 한 무리가 분산되는 모습 / 서로 일치되는 동작들 / 반복적으로 뒤돌아보기 / 방향 이탈” 등이다. 여기에 해당되는 행동을 누군가 하면 감시 시스템은 이상 징후로 파악한다. 작가는 도시에서 포착한 이미지를 통해 과연 시민들을 감시할 권리는 누구에게 있는지, 그리고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는 기준을 어디에 있는지 의문을 던진다. 아코디언 형태로 모든 페이지가 길게 이어진 독특한 구조의 사진책에서 앞면에는 도시 속의 사람들을 모습을 볼 수 있고, 뒷면에는 이를 분석한 드로잉과 도면을 볼 수 있다.

The Mechanism
#19
The Mechanism
Mårten Lange
MACK, 2017
280 × 220mm, 96 pages, Hardcover

스웨덴의 사진가 마르틴 랭이 세계 여러 도시에서 촬영한 사진들로 구성한 사진집이다. 책에는 도시와 현대 생활 속에서 침투해 있는 감시체계와 기술의 문제를 시각적으로 다룬 이미지들이 수록되어 있다. 여기에는 작가가 현대의 도시생활에서 영감을 받은 SF적인 상상력도 가미되어 있다. 작가는 미래지향적인 건축물의 외형과 재료 등을 시각적으로 탐색하면서 내일의 도시와 생활을 암울하게 그린다. 멀리서 바라본 도시 풍경과 건물 표면의 클로즈업 장면이 교차하는 방식의 편집은 영화를 보는 듯한 감각을 일으킨다. 섬세하게 변화하는 흑백의 중간톤은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동시에 낯선 느낌을 자아낸다.

Yangtze, The Long River
#20
Yangtze, The Long River
Nadav Kander
Hatje Cantz, 2010
348 × 277mm, 188 pages, Hardcover

이스라엘 출신의 사진가 나다브 칸더는 중국의 양쯔강을 따라 여행하면서 압도적인 규모의 변화와 마주한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놀랍고도 부자연스러운 속도로 성장/변화 중인 중국의 모습을 매우 차분하고 평온한 시선으로 기록한다. 양쯔강 유역의 텅 빈 풍경에서 출발해 댐과 다리, 아파트가 지어지는 모습으로 연결되는 장면들은 마치 도시가 탄생하는 과정을 압축적으로 조망하는 것처럼 다가온다. 거대한 자연과 인공물이 교차하는 모습을 대형카메라로 정교하게 포착하고 있고, 그 안에서 인간의 모습은 개미처럼 너무나 작게 묘사된다. 한 장, 한 장 압도적인 풍경으로 다가오는 이미지마다 도시 개발로 파생되는 황폐한 분위기가 공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