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북 큐레이션] 불-완전한-얼굴들, 청춘직시靑春直視
포토북 큐레이션 #2 《불-완전한-얼굴들, 청춘직시靑春直視》
사진은 언제나 젊음을 탐낸다. 젊음 또한 사진을 탐낸다. 사진도, 젊음도 가장 빛나는 한때를 놓치고 싶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인간의 생애주기마다 사진이 깃들고, 이 사진은 한 개인의 사라지는 젊은 시절을 간직한다. 때로 우리는 그 사진을 바라보며 웃고 울며, 때로는 그 사진과 닮아간다.
여기 모인 스무 권의 사진책을 펼치면 모두 한때 우리의 얼굴이었던 청춘의 반짝임을 마주할 수 있다. 시대와 장소, 연령과 성별, 국적과 인종, 계급과 세대 등이 다채로운 얼굴들을 한자리에 모아 보면서 어떤 공통점을 찾거나 젊음의 보편적인 속성을 추출할 생각은 없다. 사진은 그런 것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 왜냐하면 사진이 기록할 수 있는 건, 일반적인 시간이기보다는 특수한 순간이기 때문이다. 사진에 담기는 것은 결국 보편적인 인류가 아니라 선별적인 개인이기 때문이다. 젊음 또한 사진에 담기는 것은 개인마다의 특수한 상황에서 비롯된 장면들이다. 다시 말해 사진은 인류의 보편적인 현상보다 먼저 당신만의 생기가 어린 눈빛을 바라보는 것이다. 사진이 거듭 ‘젊음’을 새롭게 탐색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스무 권의 사진책에서 저마다 다른 온도의 얼굴들은 마주하면 이러한 질문이 떠오른다. 각자의 얼굴에 새겨진 차갑고도 뜨거운 열기는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그 열기로 과연 무엇이 변하고, 변하지 않았는가. 그 이미지들은 젊은 세대의 초상을 보여주는 동시에 그들이 발 딛고 서 있는 현실은 어떠한지 궁금하게 만든다. 그곳에서 부는 바람은 그들을 어디로 데려가는지도 궁금해진다.
- 박지수(보스토크 매거진 편집장)
#1
Love on the Left Bank
Ed van der Elsken
195×275mm, 112쪽
1956년에 처음 출판되었던 이 책은 청춘을 다룬 사진집 중에서 고전으로 꼽힌다. 당시 파리의 문화적 중심지였던 좌안 지역에 모인 젊은이들의 자유로운 모습을 역동적인 프레이밍으로 담았다. 또한 사진 소설의 형식으로 멕시코에서 온 청년 ‘마뉴엘’이 거리에서 우연히 첫눈에 반한 ‘앤’을 만나 짝사랑에 빠진다는 스토리를 보여줘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 책에서 보여준 독특하고 거친 스냅샷 기법과 허구가 섞인 이야기 구조는 당시에 다큐멘터리 사진의 경계를 넓힌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2
Tulsa
Larry Clark
230×305mm, 64쪽, 소프트커버
1971년 이 책이 세상에 처음 등장했을 때 커다란 논란을 일으켰다. 래리 클락이 찍은 사진 속에서 청소년들의 섹스와 폭력, 약물 남용 등의 충격적인 장면들이 여과 없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작가가 자극적인 이미지를 원했기 때문이 아니라, 이것이 작가 자신과 친구들을 둘러싼 엄연한 현실이었기 때문이다. 래리 클락은 이곳 ‘털사’에서 태어나 자랐고, 그와 친구들에게 폭력과 마약은 일상이었으며, 그랬기에 많은 친구들이 죽거나 자살했다.
#3
싸움
민족사진연구회
200×265mm, 230쪽, 양장본
민족사진연구회(민사연)가 1989년부터 1993년까지 거리 투쟁을 기록한 사진들을 담은 사진집이다. 민사연은 1980~90년대 언론에는 보도되지 않았던 민주화운동현장을 사진으로 기록했던 단체이다. 최루탄 가득한 거리에서 민사연 회원 5명(권선기, 박승화, 송혁, 이소혜, 임석현)이 남긴 필름은 무려 10만여 컷에 이르며, 이 필름들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사료관에 기증됐다. 이 중에서 선별한 사진들이 책에 수록됐다.
기성의 권위와 질서를 뒤엎기 위해 거리에 나섰던 젊은 세대의 치열한 싸움의 현장을 사진으로 확인할 수 있다.
#4
키드 노스탤지어
박성진
234×286mm, 112쪽, 양장본
사춘기 시절을 미국에서 보낸 박성진은 서른이 된 2001년, 국내로 돌아왔다. 당시 그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것은 교복 차림의 10대 아이들이었다. 똑같은 교복이지만 저마다의 취향과 유행 코드를 부여한 스타일 그리고 약간은 불량하고 반항적인 태도에 묘한 매력을 느꼈다. 이후 작가는 자신이 기억하는 서울의 옛 모습을 간직한 청량리, 왕십리, 전농동, 독산동 등 여러 지역을 찾아다니며 10년 가까이 아이들의 모습을 포착했다. 어쩌면 ‘나’였을지도 모를 얼굴들을 마주하면서 작가는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 공백이 된 사춘기 시절을 메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5
The Years Shall Run Like Rabbits
Hellen van Meene
230×288mm, 256쪽, 하드커버
네덜란드의 사진가 헬렌 반 미네는 오랫동안 사춘기 시기 청소년들의 초상을 찍어왔다. 17세기 네덜란드의 회화를 연상케 하는 그의 작업은 빛을 정교하게 다루고, 인물의 표정과 포즈를 섬세하게 다룬다. 이를 통해 육체적으로, 심리적으로 취약함을 드러내는 사춘기 시절의 인물에게서 불완전한 아름다움을 인상적으로 포착한다. 이 사진집 한 권에서 헬렌 반 미네의 작품 세계를 압축적으로 만날 수 있다.
#6
핑크 앤 블루 프로젝트
윤정미
243×274mm, 176쪽, 양장본
여자라면 핑크, 남자라면 블루, 이처럼 성별에 따른 색의 선호는 어디에서 비롯됐을까. 윤정미의 <핑크 앤 블루 프로젝트>는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성별 구분과 이에 따른 고정관념에 대해서 의문을 던진다. 이를 위해 2005년부터 한국과 미국의 여자아이와 남자아이들의 초상을 찍기 시작했다. 아이들과 함께 그들이 지닌 분홍색과 파란색 물건들을 정성스럽게 배열한 초상화는 사회 규범과 미디어 환경, 소비문화 등 성 정체성에 큰 영향을 끼치는 여러 사회적 맥락을 환기한다.
#7
MTWTFSS : Chapter 1. 2010-2015
Sophie Harris Taylor
160×200mm, 176쪽, 하드커버
몰스킨 다이어리를 연상케 하는 이 사진집의 첫인상은 이 안에 어쩌면 일기 같은 이미지들이 숨겨져 있을 거라는 예감을 준다. 그 짐작처럼 책에는 타인의 내밀한 일상을 아주 가까이에서 바라본 장면들이 가득 채워져 있다. 작가는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지인들의 젊고 빛나지만 동시에 체념하는 순간들을 섬세하게 포착했다. 결코 뜻대로 되지 않는 삶 앞에서 연약하지 않은 존재가 있을까, 카메라를 통해 취약한 존재들의 아름다움을 바라본다.
#8
The Milky Way
Hannah Modigh
210×250mm, 92쪽, 소프트커버
책의 제목과 작가의 이름이 손글씨로 써진 표지는 어느 소년이나 소녀의 비밀 노트처럼 보인다. 표지를 열면 같은 필체로 쓴 메모도 보인다. 누군가의 노트를 훔쳐보는 듯한 기분을 선사하는 이 책을 가득 채우는 이미지는 10대의 초상이다. 작가는 아이들이 추구하는 연결감과 집단 형성, 젊은 시절의 짜릿함, 정체성의 형성기, 빨리 어른이 되고 싶은 갈망 등 10대 시절에만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을 시각화하고자 했다.
#9
DISKO
Andrew Miksys
160×195mm, 104쪽, 하드커버
앤드류 믹시스의 사진집 <디스코>는 2004년부터 10년가량 리투아니아 전역의 클럽을 촬영한 결과물을 담고 있다. 남녀 사이에 생겨나는 들뜬 설렘과 긴장감, 춤에 한껏 빠져든 표정까지 등 책 속의 이미지들은 클럽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청소년들의 모습을 인상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와 상반된 이미지들, 즉 낡고 어두운 느낌의 공간 이미지가 중간중간 삽입되어 궁금증을 일으킨다. 청소년들이 자신의 에너지를 분출하는 이 공간들은 모두 과거 소련 시절에 관공서, 무기 보관소, 구치소 등으로 사용되었던 곳이다. 과거에 무너진 시대의 흔적과 새로운 세대의 에너지가 교차되어 묘한 아이러니를 자아낸다.
#10
You and I
Ryan Mcginley
229×305mm, 196쪽, 하드커버
동시대에서 청춘의 초상을 찍는 사진가를 꼽는다면, 여기에 라이언 맥긴리가 빠지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다. 그만큼 맥긴리의 작업은 곧 청춘의 이미지를 대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그의 작업 중에서 베스트를 선별해 묶은 사진집이다. 자연 속에서 자유와 해방감을 만끽하는 모습을 눈부신 색감으로 표현한 맥긴리표 대표작을 만날 수 있다.
#11
Moonmilk
Ryan Mcginley
160×235mm, 96쪽, 소프트커버
거대한 지하 동굴을 탐험하며 미지의 영역으로 뛰어드는 젊은이들의 자유롭고 역동적인 몸짓이 해방감을 느끼게 해준다. 그리고 화려하고도 기묘한 색감이 시각적 즐거움까지 선사해준다. 사진집의 제목 ‘Moonmilk’는 다양한 분야에서 여러 의미로 사용된다. 지질학 용어로는 동굴에서 발견되는 흰색의 크림 같은 석회암 침전물을 의미한다. 그리고 요리 분야에서는 ‘달빛 아래 마시는 따뜻한 우유’라는 의미로 숙면이나 스트레스 완화에 도움이 되는 음료를 지칭한다. 또한 ‘달빛의 신비로움과 따뜻함’을 은유하기도 한다. 사진집을 통해 이미지에 집중하면 그 모든 의미가 모두 잘 어울린다고 느낄 것이다.
#12
Kids in love
Olivia Bee
208×259mm, 136쪽, 하드커버
올리비아 비의 첫 사진집으로, 두 개의 사진 작업 ‘Enveloped in a Dream’과 ‘Kids in Love’가 수록되어 있다. 두 시리즈의 제목처럼 이 사진책에는 청춘의 ‘꿈’과 ‘사랑’을 표현하는 이미지가 펼쳐진다. 그 속에서 소녀와 소년의 모습은 때로는 환하게 빛나는 색으로, 때로는 어둡게 아리는 색으로 묘사된다. 두 시리즈 사이에는 ‘Forever Young’이라는 문구가 보인다. 아무도 영원히 젊을 수는 없기에 모두 한 번쯤 젊음을 그리워하게 된다.
#13
Coming of Age
Petra Collins
210×260mm, 208쪽, 하드커버
페트라 콜린스는 10대 소녀 때부터 자신의 친구였던 소녀들을 계속 찍어 왔다. 그가 만드는 소녀의 이미지는 매스미디어를 통해 양산되는 아이돌 이미지처럼 순진무구하면서도 동시에 섹시하거나 도자기처럼 매끄러운 피부를 가지고 있지 않다. 생리를 하고, 담배를 피고, 제모를 하지 않은 현실의 진짜 소녀를 보여준다. 이미지의 홍수 속에서 상품처럼 규격화된 소녀 이미지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소녀 이미지를 주체적으로 만들기 위해서.
#14
Halfstory Halflife
Raymond Meeks
215×280mm, 144쪽, 하드커버
책을 펼치면 검은 허공 속으로 자신의 몸을 있는 힘껏 내던지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인상적으로 만날 수 있다. 작가인 레이몬드 믹스는 여행 중에 뉴욕 캣츠킬 마운틴 지역 근처의 폭포 주변에서 다이빙하는 젊은이들을 우연히 만났고, 그들의 모습에 매료되었다. 사진 속에서 20미터 아래로 과감하게 뛰어내리는 몸짓은 중력을 거스르는 자유를 느끼는 동시에 추락의 섬뜩함을 예감하게 된다. 이와 같은 상승과 하강이 교차되는 곡선은 기울 수밖에 없는 청춘의 한 시절과 닮아 있다.
#15
Kazan
Mayumi Hosokura
224×292mm, 64쪽, 소프트커버
일본의 사진가 호소쿠라 마유미는 주로 젊은이들의 아름다움과 친밀감을 독특한 색감으로 묘사하는 작품을 선보인다. 그의 첫 사진집인 <카잔>은 연약하고 유한한 청춘 시절의 인물과 단단하고 무한한 자연물을 대비해 보여준다. 자연광과 컬러 필터를 섬세하게 다뤄 뽑아낸 다채로운 색감은 시각적 리듬이 되어 눈의 기분을 촉발시킨다.
#16
Inner Self
Anne-Sophie Guillet
205×307mm, 80쪽, 하드커버
앤 소피 길렛은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초상 작업 ‘Inner Self’를 진행했고, 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젊은이들을 모델로 섭외했다. 그가 주목한 이들은 여자이지만 남자처럼 보이거나 남자이지만 여자처럼 보이는 특징을 지녔다. 이러한 인물들을 통해 작가는 남성과 여성의 이분법적인 성별 구분이 무색해지는 지점을 우리에게 제시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남성과 여성’이라는 이분법적인 고정관념과 편견으로 한 사람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방식이 온전한 것인지 의문을 던진다.
#17
Higher
John Edmonds
220×310mm, 100쪽, 하드커버
존 에드먼드는 오랜 시간 여러 작업을 통해 젊은 흑인 남성들을 촬영해 왔다. 그의 작품은 자신을 포함해 미국에서 살아가는 여러 다양한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목소리를 초상의 형식으로 그려낸다. 작가는 그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제스처와 패션 아이템 등을 주목하며, 이를 통해 인종적 정체성과 욕망을 시각적으로 탐색한다. 책에는 성화와 르네상스 회화에서 영감을 얻은 유려하고 부드러운 초상 사진이 펼쳐진다.
#18
My Last Day at Seventeen
Doug DuBois
246×299mm, 156쪽, 하드커버
이 책의 제목은 사진 속에 등장하는 ‘에른’이 열여덟 살의 생일을 하루 앞두고 했던 말이다. 사회적으로, 법적으로, 공식적으로 성인이 되는 나이, 하지만 단지 나이만으로 어른이 되는 걸까. 그 나이가 되면 어린 시절은 그대로 끝이 나는 걸까. 이 사진책은 이러한 의문을 품은 채 어린아이에서 어른이 되는 과도기에 접어든 여러 청년들의 일상과 변화를 따라간다. 그리고 곧 사라질 어린 시절에만 가능한 모험과 허세 가득한 장난을 아끼듯 바라본다.
#19
There Are No Homosexuals in Iran
Laurence Rasti
193×254mm, 156쪽, 하드커버
책에서 연속되는 초상 이미지들이 마주하면 하나의 궁금증 피어난다. 도대체 왜 얼굴을 가렸을까,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 사진 속에 등장하는 인물은 모두 다른 나라로 망명하기 위해 튀르키예의 한 마을인 데니즐리에 잠시 머물고 있다. 이들은 동성애자를 향한 처벌과 박해를 피하고자 고향인 이란에서 도망쳐 왔다. 그들의 초상에서 비록 고통스러운 현실이지만, 자신의 정체성과 사랑을 지키기 위해 결단을 내린 젊은 의지를 읽어 본다.
#20
Billie
Ofer Wolberger
120×175mm, 256쪽, 소프트커버
손에 들어오는 작은 판형의 사진집에는 오직 한 사람만 등장한다. 작가의 아내인 ‘빌리(Billie)’, 그 이름이 사진책의 제목이 되었다. 35mm 하프 프레임 카메라로 아내를 촬영한 이미지를 연속적으로, 또는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책은 단 하나의 피사체를 집중하는 어떤 시선을 인식하게 만든다. 그 시선을 따라 피사체에 몰입하면, 젊었던 빌리가 서서히 조금씩 늙고 변화하는 모습을 감지하게 된다. 컬러와 흑백, 중간에 삽입된 색지가 절묘한 시각적 리듬을 보는 이에게 부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