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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RYWHERE



어디선가 한번쯤 본 것 같은 곰돌이 모형이다. 딱딱한 물성의 조각이기도 하고, 말캉한 촉감의 풍선이 되기도 한다. ‘베어브릭’. 2001년 성인들을 타켓으로 출시되어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의 수집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다수의 브랜드들과의 협업을 통해 명품 옷을 걸치기도 했던 장난감의 일종이다. 임지빈 작가는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베어브릭을 차용한 작업들을 선보였는데, 공장에서 찍어내는 같은 형태의 장난감이 명품 로고를 두르니 그 가치가 수십, 수백배로 뛰어오르는 현상을 보며 외형에 집착하며 허영심에 가득 찬,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과 닮아 있다고 여겼다. 그 이후로 ‘벌룬’이라는 상징적인 소재를 사용하여 국내뿐 아니라 세계 곳곳을 누비며 시간과 공간에 제약을 두지 않는 게릴라 전시를 진행해왔고, 그 순간들을 모두 사진으로 담아왔다. 그는 이와 같은 방식으로 일반인들에게 접근성이 쉽지 않는 미술관과 갤러리 등의 밖을 벗어나 ‘베어벌룬’을 선보이며, 해당 작업을 ‘딜리버리 아트(delivery art)’라 칭하고 2011년부터 지금까지 라는 주제로 이 프로젝트를 이어오고 있다.

낡은 건물 외벽의 틈새, 길거리 사이사이 혹은 유명 관광지나 나무와 풀이 무성한 자연 등 우리 주변의 풍경 속에 자리한 거대한 베어벌룬은 위풍당당하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거나 좁은 틈 사이 구겨져 겨우 자신의 몸을 지탱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주변의 환경과 날씨에 따라 이리저리 휘둘리고 치이며 그 모습을 달리하는 행태 역시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의 그러니까 우리들의 초상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작가는 결국 미술과 일상이 와해되는 경계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보여주고자 했던 것이다. 동시대 미술에서 이와 같은 주제는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데, 임지빈은 보다 적극적으로 공간에 개입하며 일상을 심미적으로 재구성한다. 무심코 지나치는 순간들에 등장한 친근한 형태의 베어벌룬은 하나의 예술 작품이면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고 그 가치를 향유할 수 있는 공공재적 특성을 갖는다. 매일 거닐던 거리에서 우연히 마주한 커다란 곰돌이 모양의 풍선으로 인해 그 공간이 미술관이 되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일은 시각적인 즐거움 뿐 아니라 순간의 지각을 변화시키는 체험을 가능케 한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약 13년 동안 진행중인 ‘에브리웨어 프로젝트’의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의 도심 주변을 시작으로 갖은 시행착오 끝에 이동이 용이하고 가변적인 특성을 갖는 풍선이라는 소재를 통해 아주 오랜 시간 자신의 의도를 수많은 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전달하고 있다. 예고없이 찾아드는 대형 풍선을 마주한 이들의 모습과 아무도 없는 도심이나 자연에 덩그러니 놓인 베어벌룬의 여행기를 보고 있노라면, 우리 주변의 모든 곳이 작품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그가 의도한 것처럼 그의 손길이 닿는 곳곳들이 모두와 함께 하고 즐길 수 있는 장(場)이 되는 것이다.

전시 안내

  • 전시기간:  2023년 9월 1일 ~ 2023년 10월 22일
  • 관람시간:  11:30 ~ 19:30 (매주 월요일 정기 휴무)
  • 작가:  임지빈   @jibin_im
  • 관람료:  무료  

관람 안내

  • 쾌적한 관람을 위해 예약제로 운영합니다. 예약하신 분에 한해 입장 가능합니다.
  • 찾아오시는 길
    강남구 선릉로 838 페코빌딩 지하 1층 (분당선 압구정로데오역 4번 출구 스타벅스 왼편)

※ 주차는 어려우니 대중 교통을 이용하여 주세요.

전시 관람 예약 후 전시에 방문하시면,
관람객 1명마다 후지필름코리아가 1천원의 기부금을 적립하여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을 통해 국내 아동을 지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