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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 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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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okang Ki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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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어떤 방법으로도 제가 혼자 마주하는 대상과의 시간을 누군가에게 완전히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타인이 액자에 들어간 완성된 작업을 볼 때는 가장 겉에 있는 ‘겹’을 마주하게 되겠지만, 그 안에 있는 여러 겹들과 그 사이에 있었을 깊은 호흡을 느끼실 수 있다면 조금은 제가 하는 일을 전달했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작가노트)

완성된 하나의 작품과 마주하며 우리는 그 결과물에 대한 평가와 때로는 말로는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을 느낀다. 늘 보았던 일상 속 친근한 사물들이 낯설게 다가오는 순간의 그 오묘한 기분. 수많은 작가들로 하여금 우리는 이 ‘낯설게 보기’에 어느정도 익숙해져 있는지도 모른다. 김수강 작가가 담아내는 사물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주변에서 쉽고 흔하게 보고 접할 수 있는 어찌 보면 별 것 아닌 것들이다. 그는 이들에 특별한 조작이나 연출을 가하지 않고 사진을 찍는다. 의도적으로 어떻게 보여지게 하기 위한 별도의 장치 등으로 그들을 꾸며내기 보다는 응당 과일과 어울리는 접시 위에 과일을 배치한다거나 정물들을 가지런히 놓았을 뿐이다. 담백하게 놓여진 정물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가만히 들여 보고 있노라면 묘한 기분이다. 그림인지 사진인지 그 구분이 쉽지 않다.

작가는 아주 오랜 시간동안 하나의 기법으로 사물을 주제로 한 작업물들을 완성해 왔다. 그 대상은 보자기, 돌멩이, 그릇과 같이 늘 그의 주변에서 그와 함께 부대끼며 살아가는 것들이기도 혹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부패하고, 시들고, 사라지는 과일이나 곡물 같은 것들 이기도 했다. 이들을 자신만의 색으로 구현하는데에 사용한 기법은 검 바이크로메이트(Gum Bichromate)혹은 검 프린트라 불리는 기법으로 오늘날과 같은 사진인화 방식이 개발되기 전인 19세기에 만들어졌다. 회화주의적 사진에 대한 요구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는 이 방식은 촬영과 인화가 거의 동시에 이루어지는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겐 말 그대로 낯선 행위로 다가온다. 사진을 촬영하고, 감광액과 인화지를 직접 만든 후에도 여러 번의 색을 입히며 물감과 용액을 바르고, 말리는 수고로운 작업이 반복되어야 비로소 작가가 원하는 이미지를 얻는다. 이 모든 것은 오로지 작가의 손에 의해서 이루어지며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데, 그 시간의 흐름 속에 작품을 대하는 그의 태도가 온전히 스며들어 있다. 그러니까 완성된 작품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다가오는 묘한 느낌은 바로 이 지난한 과정이 차곡차곡 쌓여 만든 시간의 겹들이 스쳐 지나가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마주한 이들이 그 시간을 완전히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어찌 보면 당연할 것이 그에게 작업의 시간은 수행과도 같으며 지극히 사적이다. 자신과 밀착하여 생활하는 일상의 것들을 아주 오랜 동안 깊숙이 들여다보고 정성스럽게 어루만지며 필연적으로 생겨나는 시간의 틈 속에서 사물들의 세상과 나를 겹쳐 바라본다. 물리적인 시간과 수고로운 육체노동이 동반되는, 아날로그적인 이 방법 자체가 작가와 많이 닮아 있다. 그 과정들이 겹겹이 합쳐져 하나의 이미지가 되는 것일 뿐이다.

모든 것들이 빠르게 지나가버리는 지금, 우리는 이 느긋하고, 느리고, 반복적인 시간이 스민 작품들을 마주하며 잠시나마 지긋이 하나의 이미지와 사물과 세상을 들여다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전시 안내

  • 전시기간:  2023년 1월 5일 ~ 2023년 2월 28일
  • 관람시간:  11:30 ~ 19:30 (매주 월요일 정기 휴무, 설 연휴 휴무)
  • 작가:  김수강   sookangkim.com
  • 관람료:  무료  

관람 안내

  • 코로나19 확산 방지 및 쾌적한 관람을 위해 예약제로 운영합니다. 예약하신 분에 한해 입장 가능합니다.
  • 찾아오시는 길
    강남구 선릉로 838 페코빌딩 지하 1층 (분당선 압구정로데오역 4번 출구 스타벅스 왼편)

※ 주차는 어려우니 대중 교통을 이용하여 주세요.

프로그램 안내

  • 작가와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아티스트 토크가 전시기간 내 2회 진행됩니다.
  • 일정
    1회차: 1월 28일 (토) 13:30 ~ 15:30
    2회차: 2월 8일 (수) 16:00 ~ 18:00

 

아티스트 토크 참가 신청

전시 관람 예약 후 전시에 방문하시면,
관람객 1명마다 후지필름코리아가 1천원의 기부금을 적립하여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을 통해 국내 아동을 지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