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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k63312
[풍경] 망루
여름의 끝 자락에서의 해수욕장의 풍경
2 추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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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엘 에디터 오성윤

루엘 에디터 오성윤
이달의 사진 코멘트

<관촌수필>을 쓴 소설가 이문구는 일찍이 특정 부류의 글을 이렇게 불렀습니다. ‘신춘문예용’. 흠잡을 데 없이 앞뒤 구성이나 짜임새가 꽉 짜여 있는 예쁜 작품을 일렀다는데, 사실 그 맥락을 좇아보면 적잖이 부정적으로 사용했던 듯합니다. “(글을 많이 읽다 보면) 도식적으로 기계적으로 꽉 짜여진 소설을 보면 싫증 나기 시작해요. '나는 이걸 파괴할 필요가 있다. 벗어나서 규정이 안 맞더라도 마음대로 쓰고 싶다. 소설 작법에 의한 소설 창작은 나는 졸업하고 싶다.'” 영화감독 알프레드 히치콕이 프랑소와 트뤼포와의 인터뷰에서 남긴 ‘그럴싸함’이라는 표현도 동류로 묶을 수 있을 듯합니다. “나는 그럴싸함에는 신경쓰지 않아요. 그건 가장 쉬운 부분인데 무엇하러 신경 쓰겠어요?” 사실 저도 비슷한 표현을 쓸 때가 있습니다. 이를 테면 잡지에 게재할 사진을 고를 때 ‘포토제닉하다’는 칭찬을 악평으로 이용하곤 하죠. “이 컷도 좋기는 한데, 너무 포토제닉한 감이 있네요.” 해당 피사체를 매력적으로 담을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찾아 찍은 것 같긴 한데, 그러다 보니 이 작가가 아닌 누가 찍더라도 이렇게 찍었을 것 같고, 그래서 예쁘긴 할지언정 매력은 덜한 사진이라는 뜻입니다.

jjk63312님의 ‘망루’를 이 달의 사진으로 선정한 이유는 그 반대 측면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밤바다를 피사체로 ISO를 낮추고 조리개를 조여 장노출로 촬영한 데다가, 필름 시뮬레이션은 흑백을 골랐습니다. 정노출보다 좀 밝은 듯하고, 하늘의 구름은 무척 동적인데 반해 바다는 흡사 사막처럼 보일 정도로 정적이죠. 망루는 중앙도 삼분할도 아닌 지점에 자리했으며 해안 조명은 흡사 텅빈 무대를 비추는 핀라이트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이 모호한 사진의 매력을 설명하라면 저는 ‘작가가 잘 보인다’고 평할 듯합니다. ‘보인다’는 건 중의적 표현입니다. 우선 늦은 밤 삼각대와 중형 카메라를 들고 해변을 서성이며 계속 설정을 바꿔가며 형식 실험을 하는 작가의 모습이 연상된다는 뜻이며, 동시에 사진을 보고 있자면 작가의 의도를 자꾸만 더듬어보게 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 독특한 이미지를 포착할 때 작가의 내면에 비친 심상은 무엇이었을지 말이죠.

얼마 전 인터뷰했던 사진작가는 한 건물을 6년 동안 찍었다고 말했습니다. 6년 동안 막대한 양의 사진을 찍어, 결국 자신이 그 건물을 어떻게 느끼는지 잘 설명하는 한 장의 사진을 건졌다고요. 혹자는 제게 아마추어 사진가에게 형식 실험까지 요구하느냐고 반문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마추어와 프로를 막론하고 오늘날의 포토그래퍼가 가장 경계해야 할 태도가 ‘그럴싸함’이라고 믿습니다. 인스타그램 같은 이미지 기반 SNS를 통해 자기도 몰래 사진을 단편적이고 객관적으로 소비하는 훈련을 하는 이런 시대에는 특히나 말이죠. 사진을 대하는 jjk63312님의 태도에, 후지필름 ‘이 달의 사진’ 선정이 커다란 ‘좋아요’가 되기를 바랍니다.

FUJIFILM GFX 50S | GF32-64mmF4 R LM WR | 240 sec at f/16.0 | ISO 200

등록일자 : 2018.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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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JIFILM GFX 50S | GF32-64mmF4 R LM WR | 240 sec at f/16.0 | ISO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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