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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ropull
[생태/동식물] 물고기
여수 아쿠아플라넷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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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리플래닛에디터 오성윤

론리플래닛에디터 오성윤
이달의 사진 코멘트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요즘 사진은 다 카메라가 찍는 거 아닌가요? 지리산 같은 데 가면 렌즈 설치해놓고 관광객 카메라 바디만 끼워서 촬영하게 한 후에 돈 받는 장사도 있다고 하던데….” 질문이 날아든 것은 택시 안이었고, 동승한 지인과 저는 최근 사진전을 연 특정 포토그래퍼의 작업 세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중이었으며, 불쑥 질문을 던진 사람은 택시기사였습니다. 그의 주장이란, 요즘은 카메라 성능이 좋아 누구나 좋은 사진을 찍으니 사진가의 역할이 대수겠냐는 것이었습니다. “골프채 기술이 발달한다고 어디 골프라는 스포츠가 없어지던가요.” 딱히 궁금해한다기보다는 빈정거리는 말투였기에 저도 적당히 너스레로 받아 넘겼습니다. 하지만 돌이키건대, 그것도 그리 좋은 비유는 아니었던 듯합니다. 사진이란 분야에는 ‘공 크기에 딱 맞는 홀’이 존재하지도 않을뿐더러, 오히려 의도적인 ‘헛스윙’이나 ‘벙커로 날리는 공’에서 더 큰 의미를 찾을 수도 있는 분야이니까요.

zeropull님의 물고기 사진이 그런 의문에 대한 좋은 반증이 될 듯합니다. 만약 1만 명이 촬영을 한다면 1만 개의 상이한 결과물이 나올 사진이니까요. 얼마나 근접 촬영을 할 것인지, 어느 요소를 이미지의 중심으로 잡을 것인지, 그럼 그 중심이 프레임의 어느 지점에 오도록 할 것인지, 프레임 안팎으로 오가는 무수한 요소를 어느 선에서 어떻게 자를지, ‘어둠’과 ‘움직이는 피사체’라는 이중고 사이에서 ISO와 조리개값과 셔터 스피드를 어떻게 조율할지, 물고기의 몸통 빛깔로 가득 찬 이미지에서 화이트밸런스와 채도는 어떻게 잡을지, 결과물로 얻은 다양한 변수의 사진들 중 무엇을 베스트로 꼽을지…. 도무지 정답이란 게 없고, 대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선택만이 필요한 이미지죠. 그리고 저는 이 ‘선택’이라는 행위야말로 사진의 본질이라고 믿습니다. 흡사 윈도우 배경화면처럼 선예도와 색감이 빼어나고 구도와 수평 수직이 정확한 이미지만 좋은 사진이라고 말하지 않는다는 것. 그게 바로 이렇듯 많은 사람들이 사진에 빠져 있고, 사진에 대해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이유일 테니까요.

사실 이 사진에 대해 할 수 있는 말이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딱히 의미가 깃들어 있지도 않고, 구도를 논하기도 어려운 사진이죠. 오히려 아쉬운 부분을 꼽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더 최신 기종의 카메라와 조리개 수치가 낮은 렌즈였다면 노이즈를 줄일 수 있었을 테니까요. 다만 제가 이 사진을 <이 달의 사진>으로 꼽은 것은 단순히, 마주하는 순간 강한 매혹을 느꼈기 있기 때문입니다. 비유하자면 독창적 발효 과정을 거쳐 오묘한 풍미를 갖게 된 치즈 같달까요. 앞서 언급한, 무수한 독창적 선택의 결과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위트나 감동을 기반으로 한 많은 사진들의 한 켠에, 앞으로도 이렇듯 작가 고유의 미감을 엿볼 수 있는 작업이 많이 올라오기를 기대합니다.

FUJIFILM X-T1 | 18.0-55.0 mm f/2.8-4.0 | 1/49 sec at f/3.6 | ISO 3200

등록일자 : 2019.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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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JIFILM X-T1 | 18.0-55.0 mm f/2.8-4.0 | 1/49 sec at f/3.6 | ISO 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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